나는 왜 블로그를 만들었을까
MBTI 테스트가 쏘아올린 작은 공
블로그의 첫 글이니 좀 의미 있게 시작하고 싶어요. 블로그 만들기 이전에 왜 만들게 됐는지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사실 전 첫 커리어를 영화 온라인 마케터로 시작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온라인에서 영화를 마케팅하는 일이에요. 예를 들어 네이버에 우리 영화 광고 구좌를 싣거나 유명 유튜버에게 제안해 콜라보 콘텐츠를 만드는 거예요.
온라인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려면 재미가 있어야 했습니다. '이거 해볼래?'하고 뻗어 나갈 수 있는 가장 진입 장벽 낮은 콘텐츠, 그건 MBTI 테스트였어요.
우리 영화 컨셉을 녹인 MBTI 테스트를 만들기 위해선 개발 업체에 의뢰를 해야 했습니다. 간단해 보였지만 생각보다 꽤 돈이 들었고 의외로 제작 기간이 길었던 걸로 기억해요.
여태껏 본 MBTI 테스트들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알고리즘이 비슷한 것 같은데, 이 알고리즘만 알면 컨셉별로 무한대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알고리즘이 뭘지, 알게 되면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근자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개발을 하게 된다면 꼭 MBTI 테스트부터 만들어봐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다음 스텝 그리고 정체
서론이 길었습니다.
꼭 MBTI 테스트를 만들기 위해 개발을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개발을 시작하자마자 MBTI 테스트를 만들었어요. 내가 만든 걸 누군가가 써주고 공유하는 게 이렇게 도파민 도는 일인줄 몰랐습니다.
그 다음엔? 블로그를 만들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생각하던 잘하는 개발자들은 다 블로그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딱히 만들지 않아도 되더라구요. 내가 만든 것보다 훨씬 좋은 공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그 중에 티스토리를 선택했고 꽤 오랜 시간 블로그를 써왔어요.
그러다 문득 블로그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개발에 대한 애정, 열정 그런 게 식어가고 있었어요. 회사를 그만둔 후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건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압니다. 고민이 길어지면 액션이 되지 않고 망설임으로 바뀌는 걸 알아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지금 만들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지만 그건 '일'로 분류되는 프로젝트라 조금 더 부담을 덜고 가볍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니 손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재료와 손질
블로그는 Next.js와 TypeScript로 만들었습니다.
TypeScript는 이제 안 쓰면 안되는 몸이 되어버렸고, Next.js는 SEO 친화적인 것도 그렇지만 최근 사이드 프로젝트에 도입한 기술 스택인데 좀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스타일링 하고 싶어서 Tailwind를 사용했어요.
원래는 CSS in JS를 많이 쓰는 편인데 프레임워크에 잘 맞는 게 있는데 굳이 돌아가면서까지 쓰고 싶진 않았어서 오랜만에 Tailwind를 썼습니다.
오히려 마크다운 처리하는 게 익숙치 않아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gray-matter, remark, highlight.js 같이 포스팅에 사용될 기술들은 거의 써본 적이 없어서 낯설었습니다. 그 다음 날짜 포맷팅이나 다크모드 등을 사용했습니다.
처음 블로그를 만들자고 다짐했을 때보다 훨씬 레퍼런스가 많아졌고, AI도 많이 발전해 있어서 만들기 수월했습니다.
구현할 기능과 디자인은 매우 간단하게 정했습니다. 구현할 기능은 다크모드와 블로그 포스팅, TOC가 전부인 것 같고 디자인은 헤더/푸터/소개글/포스트 목록/상세 포스트 이렇게만 정했습니다.
좀 더 제 스타일로 바꾸려면 한참 걸려도 완성을 못 할 것 같아서 일단 여기까지 손질을 해뒀습니다.
다음 게시글에는
그래서 이런 재료를 사용해서 블로그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꽤 오래 사용했던 티스토리는 제법 방문자 수가 쌓였어서 그걸 두고 새로운 걸 만드니 뭔가 아쉽기도 한데, 그래도 온전히 내 공간이라는 느낌은 여기가 좀 더 강한 것 같아요. 여기도 그만큼 잘 키워보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게시글에는 기본 세팅과 레이아웃 잡기 등 뼈대 잡는 걸 적어볼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